정보통신망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형사사건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에 소개하여 드릴 판결은 바이럴 마케팅에 사용되는 자동 등록 프로그램, 메시징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판매한 자에 대한 것입니다. 비록 2심이지만 무죄가 나온 판결이어서 그 요지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 공소사실의 요지
■ 피고인 B
자신이 개발한 자동 댓글 작성 프로그램, 쪽지 발송 프로그램, 지식인 자동 답변 프로그램, 자동 포스팅 등록 프로그램 등을 판매금액, 사용설명서와 함께 게시한 후 이를 보고 구입 의사를 밝힌 자들에게 4,840개의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그 판매 대금으로 약 1억 4천만원을 송금 받음
이러한 프로그램은 포털사이트의 정보통신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하여 짧은 시간에 대량의 패킷을 전송하게 되고, 정보통신시스템 측에서는 이러한 요청에 응답을 하기 위한 서버 리소스를 소요하게 되는 바, 이러한 행위는 DDOS 공격과 같은 효과를 발생하고, 프록시 설정을 통한 접근 기능이 있어 IP를 통한 차단이 불가능하므로 포털사이트 등의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등의 운용을 방해하게 됨
이로써 피고인 B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멸실, 변경,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유포함
■ 피고인 A, 피고인 B의 공동범행: 피고인 B의 범행과 프로그램의 종류, 일시, 판매량 및 판매대금을 제외하고 동일
- 1심 판결 요지
① 피고인들이 유포한 프로그램들은 통상의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단시간 내에 대량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으로 통상의 이용보다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킨다는 점, ② 위 프로그램들을 원격제어로 구동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로부터 위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를 사용할 경우 네트워크에 상당한 부하를 일으켜 정상적 이용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점, ③ 쪽지발송 프로그램을 포함한 위 프로그램들은 광고성 메시지의 다량 발생으로 필터링으로 인한 부하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 선고
- 2심 항소심 판결 요지
악성프로그램의 판단 기준
■ 이 사건 프로그램들은 네이버 등이 운용하는 서버 등 정보통신시스템이 예정하고 있는 기능을 벗어난 요청을 하지 않고, 사람이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요청을 대체하여 그보다 빠른 속도로 자동적으로 댓글 작성, 쪽지 발송 등의 행위를 반복 수행할 뿐이며, 그 과정에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에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부하를 유발하기는 하나,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에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별도로 규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지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다만, 그로 인하여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에서 정하는 다른 행위유형, 즉 당해 정보통신시스템의 훼손·멸실·변경·위조에 준할 정도로 정보통신시스템이 물리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그 기능 수행을 저해할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운용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 어떤 프로그램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프로그램 자체의 작동 방식과 원리, 기능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이 사건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경우 사람이 통상적으로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비하여 5배 내지는 500배에 이르는 부하를 발생시키기는 하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1일 접속자수(네이버의 경우 1,000만 명 이상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 하나가 야기하는 그와 같은 부하증가만으로는 해당 포털사이트의 서버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사건 프로그램 구매자들은 이를 상당 정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였으리라 보이는데, 그로 인하여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E, F의 원심 법정진술 등).
■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들을 매수하여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 포털사이트의 서버 운용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해야 장애가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고, 극단적 가정 아래에서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들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이는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
항소심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을 같은 조 제3항과 함께 유기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제3항에서 대량의 데이터 전송 등의 행위태양을 규율하는 점을 고려할 때 단지 대량의 패킷을 발생시켜 서버의 부하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운용 방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보통신시스템의 훼손, 멸실, 변경, 위조에 준할 정도로 그 물리적 기능이 수행되지 못함에 이르러야 한다는 취지로 보여집니다.
나아가 항소심은 현재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프로그램과 같은 소위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처벌규정 도입 논의가 존재한다는 것 역시 제48조 제2항으로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처벌될 수 없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본 듯 합니다.
그러나 해당 조문이 분명하게 정보통신시스템의 훼손, 멸실, 변경, 위조와는 별도로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이라는 태양을 포섭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정보통신시스템의 훼손, 멸실, 변경, 위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고, 가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량의 패킷 전송을 통하여 응답시간이 지연되는 등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정보통신시스템의 기능 수행을 저해할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 볼 여지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한편 최근 부산지방법원 2017. 10. 31. 선고 2017고단2372 판결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지 않으면서 정보통신망의 안정성과 정보의 신뢰가 파괴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음 또한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첨부: 의정부지방법원 2017. 9. 11. 선고 2017노3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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