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약당사자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은 경우 - 책임면제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의 대표적 사례가 소위 불가항력(“Force Majeure”)입니다. 불가항력(Force Majeure)의 대표적 사례는 지진, 화산폭발 등 천재지변과 전쟁, 내란, 테러 등 비상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2.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 또는 지자체의 강제조치 -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음, 책임면제
코로나19 감염병 방역을 위한 정부의 폐쇄조치가 계약불이행의 원인인 경우도 채무자의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 해당할 것입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인한 계약불이행 사안에서 채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5. 선고 2016가합551507 판결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3. 코로나19 방역조치는 아니지만 스스로 판단하여 계약불이행한 경우 -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소지, 원칙적으로 책임면제 불가
코로나 19 사안은 천재지변과는 구별되는 사회적 재난상황으로서 그 자체를 불가항력(force majeure)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불가항력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을 면제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셈이 되므로 그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나2006945 판결).
따라서, 원칙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불이행의 경우 채무자의 계약상 책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계약에서 정한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4. 민법상 채무자 위험부담의 원칙 – 계약의 이행불능 상황에서 그 위험을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 - 코로나19 관련 위험도 마찬가지 – 불가항력은 예외
우리 민법에서 채무자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부담한다는 채무자의 위험부담 원칙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험부담에 관한 민법규정들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으로 봅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간의 합의로 계약에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법대로 채무자가 위험을 부담하고 대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면 계약에서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으나, 민법규정과 달리 채권자에게 위험을 부담하도록 계약서에서 명시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고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불이행의 경우 예외적으로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합니다(민법 제390조 후문). 반면, 그 상황에서 채무자는 상대방에게 대금지급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537조). 채권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계약대금보다 높다면 채권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고, 그 반대라면 채무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안 자체가 계약불이행의 불가항력적 원인으로 인정되려면, 그 원인이 채무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채무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59482, 59499 판결 등 참조).
코로나19 유행이 훨씬 악화되어 계약이행 자체가 감염병의 확산에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되어 당사자로서는 계약을 불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와 같은 계약불이행 행위가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상황에 이른다면 불가항력으로 평가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을 상정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정부의 강제적 방역조치로 인한 면책사유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결국 코로나19 사안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방역을 위한 강제조치가 아니라면 계약당사자의 판단으로 임의로 계약불이행으로 나가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책임,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