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공법상 계약이란 공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복수당사자 간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공법행위를 말한다. 실무는 공법상 계약을 공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여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공법행위로 이해하고 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77133 판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50025 판결 등 참조). 계약이라는 점에서 형식상 사법상 계약과 유사하나, 공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고 공익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법상 계약과 구별된다.
(2) 법률유보 원칙이 공법상 계약, 특히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법상 계약에 적용되는지 - 원고들의 주된 주장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공법상 계약인 이 사건 각 계약이 체결되기는 하였으나, 그중 이 사건 반환조항은 원고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따라 그에 관한 명시적인 수권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행정기본법의 문언과 취지 등, 법률유보 원칙의 기원 및 연혁,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라는 기본권 제한의 개념 및 의미, 의회유보 원칙의 정당화 근거, 공법상 계약의 특징과 존재 의의 등을 고려할 때, 공법상 계약에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법률유보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률에 그에 관한 특별한 수권이 없는 경우에도 당사자 간 의사합치로서 공법상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행정기본법이 처분 등에 대해서는 법률유보 원칙이 적용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공법상 계약에 대해서는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고 법률우위 원칙만 규정한 것은,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계약을 통해서도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법상 계약의 일반적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행정의 전문화․ 다양화를 꾀하고자 하는 행정기본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당연하다.
(4) 법률유보 원칙이 적용대상으로 삼는 행정작용은 처분 등과 같이 ‘일방성’을 핵심적인 개념징표로 하는 행정작용이라는 점에서, 이와 반대되는 ‘의사합치’를 그 핵심적인 개념징표로 하는 공법상 계약에까지 법률유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5) 법률유보 원칙은 일정한 기본권 제한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는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공법상 계약에 의한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담은 별도의 법률적 수권을 요하는 ’기본권 제한‘이라 할 수 없다.
(6)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지 못한다면 공법상 계약이 존재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공법상 계약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담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 모든 경우 법률유보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공법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축소될 것인바, 이는 사실상 앞서 본 공법상 계약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공법상 계약의 활성화를 위해 그 근거 규정을 마련한 행정기본법 제27조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7) 가장 중요하게는, 공법상 계약은 당사자 간 의사합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법률유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공법상 계약에 대한 통제는 그러한 의사합치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지, 즉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대방인 국민에게 자유로운 의사가 보장되고 그에 기하여 계약이 체결된 것인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상황, 즉 행정청의 강제로 인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가 보장되지 않은 채 공법상 계약 체결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법률에 근거 없는 공권력 행사가 이루어진 것과 다름 아닌 경우에는, 위와 같이 체결된 공법상 계약에 법률유보 원칙을 적용한 결과 수권 조항이 없음을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 진정한 의사합치가 없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의사에 흠결이 있다고 보아 효력을 부인하면 충분하다.
첨부: 서울행정법원 2025. 9. 25. 선고 2024구합8444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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